뉴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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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헤쳐놓았던 몇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

 

읽고나서.. 넋두리..

 

홀로 쓸쓸히 고향을 지키시는 어머니가 보내 온 소포.. 유자 아홉개..

그리고..

서툴지만 따듯한 편지..

이 편지 때문에 시인은 밤새 콧등 시리도록 남쪽을 향한 문을 닫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웁니다..

나도 밤을 새웁니다..

콧등이 짠해 옵니다..

시골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압니다..

공부 때문에 어릴 때부터 고향을 떠나지요..

그리고..

반찬과 쌀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등으로 이고 지고 날으는 기억을..

새 공책을 사면 그 맨 뒷 장에..

아버지께서 붓글씨로 써 주시던 그 글귀들이 낡고 닳아서 없어졌지만..

컴퓨터 글체보다 더 반듯하게..

[남에게 욕만 먹지 말고 살면 그 뿐이다.. 명심 하거라.

기백을 가져라!]

이 글귀만 가슴에 남아 있는 지금입니다..

콧등 시린 밤..

"토끼풀꽃" 이라는 방의 음으로 여운을 삼키는..

미리 가신 아벗님이 그리운 밤입니다..

다시 어머님의 뱃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밤입니다..

이 추운 겨울!

가슴 속에서 군밤 굽던 화롯불이 피어납니다..

눈꽃송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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