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No.1

  • 장르>종합
  • 방문 : 103/315,951명

http://happyworld.saycast.com 주소복사

항문과 똥구멍

기말고사였던가 생물주관식 10번 답이 '항문'이었지요.

문제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간 이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사람이 흔히 쓰는 말임에도 갑자기 생각이 잘 안 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저 역시 생각이 안 나더군요.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을 했는데 입에서만

맴돌고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별 수 없이 '똥구멍'

이라고 썼지요. 한 문제라도 맞겠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보니 저 같은 친구들이 많더군요.

선생님께서 답을 발표했는데 '항문' 이외에는 다 틀리게 한다는 거였어요.

3인데 내신성적이 오죽 중요한가요? 그래 달려갔지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빌었지요.

"똥구멍은 우리말인데 왜 틀리게 하나요?

항문은 한자고 똥구멍은 우리말이잖아요. 맞게 해주세요.."

그런데 저 말고도 달려온 애들이 많더군요.

"선생님, 똥구멍 맞게 해주세요~."

다들 필사적으로 빌더군요.

다음날 '항문''똥구멍' 이외에는 다 틀리게 한다는 발표가 나왔지요.

갑자기 조용하던 몇명 친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지요.

뚱뚱한 제 친구는 제 손을 이끌고 생물 선생님에게 달려갔지요.

"선생님, 똥구멍이 맞으면 저도 맞게 해주세요."

"넌 안 돼."

"왜 안 되나요?"

"네가 쓴 건 표준어가 아니잖아."

제 친구는 '똥꾸녕'이라고 쓴 거였어요.

그밖에 '똥구멍'과 유사한 답이 참도 많더군요.

그 애들은 선생님 주변에 둘러서서 살벌한 눈을 빛내며 '--'를 외치고

있었어요. 제가 그 옆에서 그 답들을 훔쳐봤는데 별별 답이 많더군요.

'똥꾸녘' '똥구녕' '똥꾸멍' '똥꾸녕'...

하여간 별별 답이 많더라구요. 제 친구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 저희 집에서는 '똥구멍'이라고 쓰지 않아요.

저희 어머니는 경상도 분이어서 '똥꾸녕'이라고만 쓰신단 말이에요.

왜 사투리를 쓰면 틀리나요? 국어 문제도 아닌데..."

그 생물 한 문제 때문에 성적을 내지 못하고 생물 선생님은 근 1주일을

'--'에 시달려야 했답니다.

결국은 '항문'만 맞게 해주었지요.

다른 애들은 다 따졌는데 한 명만 따지지 못했어요.

그 친구가 쓴 유사 정답은 '똥꼬'였답니다. 저희 친구들은 아직도 만나면

그 얘기를 하며 배꼽을 잡는답니다.

답글 1조회수 250

  • 바다향기

    푸하하하 ㅎㅎㅎㅎㅎㅎㅎ 2020.06.24 14:05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