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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손택수

가시 끝에 탱글탱글 빗방울이 열렸다
나무는 빗방울 속에 들어가
물장구치며 노는 햇살과 구름,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새 울음 소리까지를
고동 속처럼 알뜰히 빼어 먹는다

가시 끝에 맺힌 빗방울들,
가슴 깊이 가시를 물고 떨고 있다

살 속을 파고든 비수를 품고
둥그래진다는 것, 그건
욱신거린는 상처를 머금고 사는 일이다
입술을 윽 깨물고 상처 속으로 들어가
한 몸이 되는 일이다

열매들은 모두 빗방울을 닮아 둥그래질 것이다
빗방울의 아픔을 궁글려 탱탱한 탱자 알이 될 것이다

바람이 불자, 내 어둔 이마 위로
빗방울 하나가 고동껍질처럼 떼구루루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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