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송No.3

http://sunmoodu29.saycast.com 주소복사

 

종착역에서/문병란

나이가 는다는 것은
인생의 빛이 샇인디는 것

아내에게
자식에게
그보다 그 옛날 부모에게
덤으로 쌓인 빚 바리바리 지고서
빚진 죄인 나는 종착역에서 서성거린다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길
이미 막차는 떠나 버렸고
채무자 과거가 홀겨보는 시간
떠밀려 나온 종착역
누굴 찿아 왔을까
가로등만이 포도 위에 아롱진다

무작정 달려왔던 길
기다리는 얼굴은 보이지 않고
길을 막는 빨간 불
검문 검색하는 역사 앞에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구나

신과 대결했던 어제의 희망도
나의 마지막 밑천인 육체도
이제는 시들은 풀잎,희망은 저만치
등을 돌려 떠나버렸는데
여인아 너는 내 술잔에
무슨 빛깔의 눈물을 채우려느냐

기적마저 그핓 종착역에서
시효가 지난 어젯날의 차표를 들고
막차가 떠난 플랫폼에서
나는 나 홀로 전별의 손길을 흔든다

아 이 밤에도 시지프스는
그 형벌의 비탈길에서
잠깐 다리 쉬엄, 밤하늘의 별도 보며
향기로운 땀방울도 고요히 개이고 있을까.

답글 0조회수 17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