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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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나 사진에 작가가 담아두고자 하는 주제의 대부분은
아름다운 자연이나 인간의 삶과 내면을 표현하게 됩니다.
또 더러는 전설이나 신화를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그 영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느낌과 이야기를
시간와 공간의 제한없이 듣고,
보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욕심 많고 힘 있는 자들이 대접받는 어수선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히려 맑고 아름다운 그림이나 순수한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더 그리워지곤 합니다. 영혼의 소리에 귀기울여
양심을 지켜 행동했으며,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속의 한 여인을 만나보고 외모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들어보려고 합니다.

위의 그림은 John Collier가 1898년에 그린 Lady
Godiva라는 작품입니다.

런던에서 차로 70 여분의 거리에 Coventry라는 곳에,
암흑의 시대라는 중세인 11세기 당시 영국 코벤트리(Coventry) 지방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영주 리어프릭(Leofric)의
열일곱 살 난 어린 부인 Godiva...

11세기의 영국은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6세기 이후 유럽대륙에서 건너온 앵글로색슨(Anglo Saxon)의 나라였고,
8세기와 10세기에는 북유럽바이킹 족인 데인인들의 침략을 받았으며,
11세기 초반은 이 데인족의 왕인 크누트 1세의 통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데인인들의 영국 통치로 농민계층의 몰락을 야기시켰습니다.
이전에는 영주의 땅을 빌려 소작만 하던 농민들의 자유 신분이,
데인인들의 가혹한 세금징수에 의해 노예상태인 농노의 신분으로 하락했고,
급등하는 세금의 무게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으며,
영주에게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하고 속박되었습니다.
런던과 비교적 가까운 코벤트리도 마찬가지여서, 이 지방의 영주
레오프릭도 농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신실한 종교인이었며, 신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던 고다이버는
본 토착민인 앵글로색슨이며, 남편은 통치하던 데인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다이버는 나날이 몰락해가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가슴 아파 하였고, 남편의 과중한 세금을 줄여 영주와 농민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고다이버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 보내던 남편 레오프릭은
그녀의 간청이 그칠 줄 모르자, 도저히 불가능해보이는 제안을 그녀에게 하는데,
그녀의 농민에 대한 사랑이 진실이라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세금감면을 고려해보겠노라고 대답했던 것입니다.

그림으로 보아 그녀는 깊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며,
많이 망설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은 코벤트리 마을의 농민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며,
거사가 이루어질 날짜와 시간도 알려졌습니다.
이에 마을 농민들은 영주 부인의 마음과 결단에 감동을 받게 됩니다.

또한 그녀의 숭고한 의지를 존중하여, 다함께 큰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녀가 마을을 도는 동안, 누구 단 한 사람도 내다보지 않기로 약속을 한 것입니다.
마침내 고다이버 부인이 벌거벗은 채 마을로 내려온 날 아침,
코벤트리 전체는 무거운 정적이 흐렀으며
이 은혜로운 알몸행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했던 코벤트리의 양복재단사 톰이
마을사람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렸고, 그만 커튼을 슬쩍 들추어
부인의 벗은 알몸을 보려는 순간, 그만 눈이 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름답고 숭고한 고다이버의 뜻을 성적인 호기심으로
더럽힌 데 대한 신의 징벌이었다는 전설입니다.
또한 훔쳐보기의 대명사(관음증)로 피핑 톰(Peeping Tom)
이라는 말로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학자와 역사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었으며,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관행이나 상식, 힘의 역학에 불응하며,
대담한 역의 논리로 뚫고 나아가는 정치''를
고다이버 부인의 대담한 행동에 빗대어,
‘고다이버이즘(godivaism)’ 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녀의 숭고한 정신과 지성을 기리고,
이런 정신을 존중하는 정치를 그리워함 일 것입니다.


고다이버 부인의 파격적인 알몸 시위는 힘없는 농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아름다운 결심이었으며, 이웃을 돌아보는 고귀한 희생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진솔하고 성실했으며,
현실을 성찰할 줄 알았던 자비로운 지성을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았을 결정을 내리기 위해 깊은 고민과,
그 실천을 위한 깊은 사색에 잠겼었을 그녀의 영혼이 그리워집니다.

당당한 자태와 담대한 용기, 그 마음에 품은 지성(知性)이
더욱 고결해보이며, 그림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그 뜻 깊은 행동을 다시 돌아보고 기억하게 합니다.

각연(覺緣).............................林 基 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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