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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신부’의 거침없는 실험정신.

협주곡 ‘사계(四季)’로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는 스카를라티, 코렐리 등과 함께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다. 베네치아 사람 특유의 붉은 빛이 감도는 금발 때문에 ‘빨강머리 신부’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가톨릭 교회의 사제였다.

베네치아에 큰 지진이 일어난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생후 2개월이 지나서야 세례를 받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던 비발디는 어려서부터 병약했고 심한 천식에 시달렸다. 그래서 훗날 사제 서품을 받고 나서도 미사 집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리가 울리는 성당 안에서 기침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 미사 분위기를 흐렸고, 그때문에 그는 결국 성직 수행을 포기하고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라는 이름의 여아(女兒) 고아원에서 음악교사이자 악장으로 일했다.

당시에 베네치아에서는 버려지는 사생아가 워낙 많아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고아원이 여러 곳 생겼는데, 탁월한 기량을 지닌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비발디 덕분에 이 고아원의 어린이들은 훌륭한 음악교육을 받았고 베네치아 최고의 연주 수준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제의 직분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비발디는 깊은 신앙심으로 다수의 교회음악 작품을 창조했고, 특히 바이올린을 이용해 아름다운 선율을 일구어냈다. 몸은 병약했지만 주로 밝고 유쾌한 음악들을 작곡했으며,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왕성한 창작의욕으로 500여 곡의 협주곡(이 가운데 바이올린 협주곡이 230여 곡)과 수십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의 대표적인 교회음악 작품으로는 ‘유디트의 승리’를 비롯한 세 편의 오라토리오, 미사곡, 모테트, 시편에 곡을 붙인 작품 등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 ‘글로리아 Gloria(D장조, RV589)’다.

이 작품은 정신이상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샤인Shine(스코트 힉스 감독, 제프리 러쉬 주연, 1996)’에 삽입되어, 클래식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비발디 붐을 일으켰던 화제의 곡이기도 하다.

연주 시간이 30분 정도 되는 비발디의 ‘글로리아’는 대규모 미사곡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악곡이다.

일반적인 미사곡은 미사 전례 순서에 따라 키리에-글로리아-크레도-상투스-베네딕투스-아뉴스 데이로 이루어지는데, 어째서 이 ‘글로리아’는 미사곡 안에 들어있지 않고 독립되어 나왔을까? 그것은 비발디의 그칠 줄 모르는 형식실험 욕구와 관련이 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비발디를 가리켜 “똑같은 작품을 1백 곡 이상 작곡한 인물”이라고 폄하했고 많은 감상자들이 “비발디 곡은 다 비슷하게 들려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비슷한 곡을 수없이 작곡한 까닭은 리듬 및 화성의 조합과 악기 사용을 매번 조금씩 바꾸어보려는 비발디의 강렬한 호기심과 실험정신 때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미사통상문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미사곡을 작곡하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비발디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글로리아(D장조, RV588)’와 ‘키리에(RV 587)’ 등 꽤 여러 곡의 단편적인 미사곡을 작곡했다. ‘글로리아’에서는 라틴어 미사통상문의 대영광송이 그대로 사용되었지만, 대영광송 각 구절을 나누어 열두 개의 곡으로 만들어놓은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연주회용 미사곡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미사곡이 탄생한 이유를 비발디 시대 베네치아의 미사음악 관례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키리에로 시작해 아뉴스데이로 끝나는 미사통상문 전체를 미사곡으로 사용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글로리아나 크레도 등 한 부분만 미사곡으로 연주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테트나 다른 기악곡으로 대체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발디가 개인적인 의도라기보다는 당시 관례의 요구에 따라 단편적인 미사곡을 작곡했을 가능성도 있다.

비발디의 ‘글로리아’는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Gloria in excelsis Deo”이라는 합창으로 시작된다.

영화에 삽입된 곡으로, 천상의 경건함보다는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폭발하는 기쁨이 느껴지는 곡이다. 열두 곡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제 6곡 소프라노 아리아 ‘주 하느님 Domine Deus’, 제 10곡 알토 아리아 ‘성부 오른 편에 앉아 계신 Qui sedes’, 제 3곡 ‘주님을 기리나이다 Laudamus te’의 듀엣 등은 기쁨, 열정, 갈망 같은 인간의 감정을 마치 오페라에서처럼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비발디는 이들 곡에서도 당대 오페라에서 유행한 반복적 다카포 형식을 쓰지 않고 협주곡에 사용하는 리토르넬로 형식을 사용해 기악부의 형식미와 교회음악적인 경건함을 최대한 살렸다.

바흐가 작곡의 자습서로 삼을 만큼 존경했던 비발디였지만, 화려한 자신의 음악이나 당대의 명성과는 달리 그는 평생을 소박하고 겸손하게 살았고, 빈에 가서 아무도 모르게 고요히 세상을 떠나 공동묘지에 묻혔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씨

 

* 펌글 출처 : http://blog.daum.net/duaworld/1510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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