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No.3

  • 장르>종합
  • 방문 : 116/42,240명

http://sfr.saycast.com 주소복사

우리들의 복도 /마경덕

 

 

그때 수많은 생각이 아파트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지

복도는 복도를 떠나 살 수 없으니까

 

뒤따라오던 복도는 돌아보면 걸음을 멈추었지

 

뒤죽박죽 무거운 저녁을 끌고

아침은 없을 거라고 중얼거렸지

세상의 끝에 닿았을 때

눈치 빠른 복도는 그때마다 구석을 가리켰어

입이 무거운 복도는 믿을 만했지

 

날마다 36.1명, 자신을 포기한 죽음이 통계에 오르고

그 숫자에 빠졌다가,

빠져나왔다가

 

누군가 먼저 난간을 다녀간 흔적 앞에서

그림이 되지 못하는

얼룩을 한 점 더 그려야 하나

 

달빛이 기울듯 결심이 기울고

복도는 저편으로 걸어가고 있었지

 

재빨리 방향을 바꿔 복도는 걸어가고 있었던 거야

 

복도가 걸어갔다면 누가 믿겠어

하지만 분명 앞서 걷기 시작했어

 

복도의 끝에서

한 여자가 마지막 신발을 벗기 전에

 

 

ㅡ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상상인, 2022

답글 0조회수 15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