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 자국 / 박미란
어제 그 커피 잔은
아직 당신을 갖고 있다
당신이 찍어놓고 간 시퍼런 입술자국
처음 새겨진 무늬처럼
아랫입술의 둥그스름한 테두리와 볼륨까지
뭐라고 하면 금방 벌어질 듯하다
지울 수 있지만 지우지 못할 흔적
잔을 만지작거렸던
그 사람은 오지 않고
입술이 머물렀던 시간이
가슴속의 물결 파랑과 겹쳐졌다
어쩌면 나는
저 파랑을 견디며 살아온 것 아닐까
순간 포착한 꽃잎에서
아아, 오오, 꽃봉오리 빠져나가는 소릴 들으며
거기 살며시 입술을 포개놓는다
답글 0조회수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