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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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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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탄생과 성장

8)
호화로운 궁중 생활과
성문 밖의 고통



즐거운 나날이었다.

숫도다나왕은
태자와 태자비를 위해
람마(Ramma).
수람마(Suramma).
수바(Subba)라는
세 개의 궁전을 지어
우기와 여름철과 겨울철에
각기 머물게 하였다.

겹겹의 수비병들이 지켜선
담장은 높고 튼튼했으며,
대문이 얼마나 크고 무거웠던지
사십 리 밖까지
여닫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높은 누각이 갖춰진 궁전엔
여러 개의 연못이 있었고,
연못마다
푸른 연꽃, 붉은 연꽃, 흰연꽃이
우아한 자태와 향기를 뽐냈다.

검고 단단한 목재로 지은
건물 안팎에는
사계절이
기이한 꽃과 나무가 찬란했고,
우짖는 새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숫도다나왕은
네 사람의 시녀를 시켜
태자를 목욕시키고
붉은 전단향을 몸에 발랐으며,
항상 까시산 비단옷을 준비시켰다.

하얀 일산을 받쳐 든 여인들은
한낮엔 태양을 가리고
밤에는 이슬을 가리며
밤낮 태자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더욱이 기나긴 우기가 찾아오면
행여 답답해하진 않을까 싶어
숫도다나왕은
가무에 능한 여인들을 보내
춤추고 노래하게 하였다.

다른 집에서는
밀기울이나 보리밥을 먹을 때도
태자의 궁전에서는
시종들까지 쌀밥에
기름진 반찬을 먹을 수 있도록
양식도 풍족하게 공급하였다.

부왕의 배려는 세심하였다.

새봄을 맞아
봄놀이를 나섰을 때였다.

왕족들은 동산을 향한 길에
왕족들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들은
화려한 의상으로 위엄을 뽐냈고,
숫도다나왕이 파견한
날쌘 기병들은
그 위엄을 더해주고 있었다.

태자는 시종 조용히 웃음 지었다.

그런데
동문을 나서
굽잇길을 돌아서던 행렬이
갑작스레 멈췄다.

놀란 말들의 몸짓에
몇몇은
자칫 수레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태자가
혀를 차는 마부 찬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노인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다들 놀랬나 봅니다.

저 느려터진 걸음 좀 봐.
어휴 볼품없는 꼬락서니 하고는.”

하얀 머리카락에
거무죽죽한 얼굴의 노인이
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지팡이에 의지한 노인은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근육은 바싹 말라
가죽과 뼈만 앙상하고,
몽땅 빠진 이빨에
지적지적
눈물과 콧물까지 범벅이었다.

일부러 방해했다는 듯
행렬을 이끌던 이들이
노인에게 소리쳤다.

“저놈의 늙은이!”

노인은
합죽한 입을 오물거리며
부랴부랴 걸음을 옮겼다.

비실거리는 걸음으로
엎어졌다 일어서기를
몇 차례나 반복하고서야
노인은 겨우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찬나는 말의 등짝을
사정없이 휘갈기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거침없이 내달렸다.

길게 숨을 돌리며
젊은이들의 행렬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노인의 시선이 태자와 마주쳤다.

초점을 잃어버린 잿빛 눈동자가 퀭했다.

태자는 생각에 잠겼다.

‘늙는다는 것,
참 서글픈 일이구나.

생기를 잃어버리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다들 조롱하고 싫어하는 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이는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다.

나도 저렇게 늙는 것을 피할 수 없으리라.

나 또한 초라하게 늙어
사람들의 조롱과
혐오를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런 내가 저 노인을
비웃고 업신여길 수 있을까?

봄날처럼 짧은 젊음을
과시하고 자랑할 수 있을까?’

술과 음악에 취해
새봄을 만끽하는 왕자들 틈에서
태자는 즐거울 수 없었다.

기쁨을 누리기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너무도 두려웠고,
먼 훗날의 일이라며 망각 하기엔
오늘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여인들의 눈동자와 향기에 취해
다들 흥청거릴 때,
태자는 홀로 숲을 거닐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성으로 돌아오는 일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친족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다시 나들이를 나서던 참이었다.

남쪽 성문 길가에
거적때기를 둘러쓴
섬뜩한 귀신 몰골을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엉겨 붙은 머리칼에
벌건 종기가 온몸에 불거지고,
종기에서
더러운 피고름 흘러내리고 있었다.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며
자기가 토해 놓은
더러운 오물 위로 뒹굴고 있었다.

사람들은 코를 잡고
멀찍이 물러설 뿐
누구 하나 가까이 가지 않았다.

뭐라도 붙들려는 듯
허공을 더듬는 병자의 손끝을
스친 태자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저 사람인들
저 아픔을 상상이나 했을까.

저 사람 역시
지난날엔 젊고 건강했으리라.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으며,
넘치는 의욕으로 하루를 살았으리라.

그러나, 보라.
밤손님처럼 들이닥친 병마에
저리 쉽게 쓰러지지 않는가.

저 사람에게 아직도
내일의 꿈이 남아 있을까?

어제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오늘은
모르는 사람처럼 멀리 피해가겠지.

자기는 결코
저리되지 않을 것처럼
이맛살을 찌푸리겠지.

나 역시
저렇게 병드는 것을 피할 수 없으리라.

나 또한
누구 하나 다가오지 않는
중병에 걸릴 수 있으리라.

그런 내가
어찌 저 사람의
신음소리를 흘려버리고
기녀들의 노랫소리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단 말인가.’

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나들이를 다녀올 때마다
태자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숫도다나왕은
아시따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마하빠자빠띠는
근심에 잠겨 음식조차 삼키지 못했고,
야소다라는
더 이상 몸치장도 하지 않았다.

그날도 찬나의 손에 이끌려
동산에 가던 길이었다.

서문을 나서던 무렵
한 무리의 장례 행렬을 만났다.

머리를 풀어헤친 그들은
망자의 옷자락을 붙들고
하늘이 무너져라 울부짖고 있었다.

아무리 소리쳐도
사랑하는 그 사람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부귀와 권세를 누리면
평온한 삶을 살던 이들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

‘슬픈 일이다.
피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누가
죽음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저렇게 내 곁에서 떠나가리라.

나 역시
애타는 울음을 뒤로하고
홀로 죽음의 강을 건너야 하리라.

내일도
오늘처럼 살아 있으리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세상은 온톤
고통으로 아우성이었다.

“찬나야 돌아가자.”

태자는 동산으로 향하던
말머리를 돌려
아버지의 궁전으로 향했다

태자는
조마조마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미루고 또 미루었던 말을 꺼냈다.

“아버지,
저는 수행자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원치 않던 날이 오고 말았다.

불안이 현실로 닥치자
숫도다나왕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차라리 내가 출가하겠다.
아비를 버리는 불효에
가문의 대까지 끊겠단 말이냐.”

“가족에게
얽매여 산다는 건
너무도 답답한 일입니다.

저는 수행자로서
자유로운삶,
청정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너를 얽어맬 가족이
과연 있기라도 한 것이냐?

너에겐
속박이 될 아들도 없지 않느냐?

허락할 수 없다.

이 나라에는 엄연히 국법이 있다.

가업을 이을
자식도 없는 이에게
절대 출가를 허락할 수 없다.”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태자의 안쓰러운 모습에
숫도다나왕은 노기를 누그러뜨렸다.

“제발 마음을 돌려
이 나라, 이 가문을 생각해다오.
네 소원은
무엇이든 다 들어줄테니,
출가하겠다는 말만은 말아다오.”

“저의
네 가지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다면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영원히 젊음을 누리며
늙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영원히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고통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게 해주실 수 있다면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태자야.
그런 말 말아라.

이 세상에 늙고
병들어 죽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행여 누가 듣고
웃을까 겁나는구나.”


“아버지.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저는 출가하겠습니다.”


숫도다나왕은 진노하여
신하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태자의 경호를 배로 늘리고
성곽의 경비를 철저히 하라.

앞으로는
태자가 지나는 길목마다
향수와 꽃을 뿌리고,
길가에 노인이나
병자나 죽은 사람은 보이지 않게 하라.

태자가 노니는 동산을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하고
나뭇가지마다 방울을 매달아
하늘나라 낙원처럼 꾸미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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