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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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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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탄생과 성장

9) 새로운 희망과 라훌라의 탄생



스물아홉 되던 해,
태자는
넘치는 사랑과
배려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가까운 친지들의 방문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환대하는 일도 없었다.

홀로 연못가를 거닐고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태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두려웠던 숫도다나왕이
기대할 이들은 조카들뿐이었다.

온갖 악기와 음식,
시종하는 궁녀들까지 준비시키고
믿음직한 마하나마와
어릴 적부터
유난히 태자를 따랐던 아난다를 불렀다.

“태자가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구나.
너희들이 권해
나들이라도 다녀오너라.”

사촌들의 끈질긴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던 태자는
운명처럼 다시
가까운 동산으로 봄놀이를 나섰다.

부왕의 명으로
말끔히 정리된 거리에는
젊은이들만 오갔다.

북문을 벗어날 무렵이었다.
멀리 시선을 던지고
묵묵히
행렬을 따르던 태자가
갑자기 마차를 세웠다.

머리와 수염을
깨끗이 깎은 수행자가
거친 옷을 입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맨발로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두 손으로
소중히품고 있는 것은
황금도 보석도 아니었다.

흙으로 빚은
거무튀튀한 질그릇 하나 뿐 이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 강렬했고,
부드러운 걸음걸이는 강물처럼 평온했다.

태자는 수레에서 내려
수행자에게 다가갔다.

화려한 장신구와
황금신발의 권위에도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는 그에게
태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물었다.

“사문이여,
어디로 가는 길이십니까?”

“바람이 머무는 곳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새들의 재산이 두 날개뿐이듯,
그저 옷 한 벌과 그릇 하나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 뿐입니다.”

“그렇게 떠도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는 지난날
늙고 병들어 죽는 삶의 고통을
직접 겪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았습니다.

사랑과 애착에 얽힌
삶의 굴레 속에서
그 슬픔과 고통을
벗어날 길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 고뇌를 벗어나기 위해
친족과 벗들의
울타리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계십니까?”

“세상의 욕심에 물들지 않고
참다운 진리를 추구하며,
생명을 가진 어떤 것도 해치지 않고
늘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안심시킵니다.

고통을 만나도 근심하지않고,
기쁜 일을 만나도 들뜨지 않습니다.

재갈을 물린 말처럼
저 자신을 엄히 다스리고,
태산처럼 무거운 걸음으로
해탈의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뿐입니다.”

“훌륭합니다,
정말 훌륭합니다.”

태자는
남루한 수행자의 두 발에
정중히 예를 올렸다.

그날의 나들이는 참으로 유쾌했다.

친지들은 오랜만에 보는
태자의 밝은 웃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먼 나라로 교역을 다녀온
아난다는
값비싼 비단과 장신구를 선물하며,
여러 나라에서 보고 들은
신기한 이야기와
새로 사귄
말라족 왕자 이야기로 흥을 돋웠다.

가벼운 걸음으로 동산을 거닐며
붉은 노을이 지도록 나들이는 이어졌다.

휏불로
어둠을 밝힐 무렵이었다.

황급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시종의 목소리가 동산을 울렸다.

“태자님, 기뻐하십시오.
태자비께서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태자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노을이 드리운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막 빛을 더하고 있었다.

곧 산마루로 기울 그 가냘픈 빛이
태자의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다.

하염없이 하늘만 보던
태자가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라훌라(Rahula)가 태어났구나.
속박을 낳았구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태자는 조용히 일어나
홀로 연못으로 들어갔다.

무겁게 내려앉는 어둠만큼이나
가슴속이 답답하고 심란했다.

그때 언젠가
부왕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너에겐
속박이 될 아들도 없지 않느냐?’

태자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이제 새로운 속박이 생겼다.
하지만 이 속박은
나만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손자를 기다려온
부왕과 아내 야소다라에게
자그마한 아기는
결코 놓을 수 없는
튼튼한 쇠밧줄이 되리라.

해맑은 아기의 얼굴에서
그들은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옛밧줄의 허전함을 잊으리라.

그렇다.
이 새로운 속박이
그들에게 새 위안이 되리라.’

한참 후
새 옷으로 갈아입은 태자가
언덕으로 올라왔다.

그의 입가에 드리웠던 그늘이
거짓말처럼 씻기고,
알 수 없는 평온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태자는
담담한 눈빛으로 찬나에게 말하였다.

“왕궁으로 돌아가자.”

서두르는 찬나의 어깨를 다독여
말고삐를 늦추고
먼지 한 점 일지 않는
까삘라의 밤거리로 들어섰다.

길가에는
새로운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인파로 넘쳤다.

호사스럽게 꾸민
저택의 정원 앞을 지날 무렵이었다.

고요한 달빛을 타고
높은 누각 창문 너머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흘러내렸다.

하늘 위 밝은 달님처럼
이 땅 위에 황금처럼 빛나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의 어머니
마음속 모든 근심 사라지리라

하늘 위 밝은 달님처럼
이 땅 위에 황금처럼 빛나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의 아버지
마음속 모든 근심 사라지리라

하늘 위 밝은 달님처럼
이 땅 위에 황금처럼 아름다운
임의 모습 바라보는 그의 아내는
마음속 모든 근심 사라지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마음속
모든 근심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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