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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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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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구도의 길

1) 집을 나서다



새로운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며
밤낮으로 이어진
칠 일 동안의
떠들썩한 잔치가 끝났다.

모든 이들이 지쳐 잠이 들었다.

넓은 궁전에
깨어있는 사람이라고는
태자 한 사람뿐이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고요한 달빛을 받으며
태자는 생각에 잠겼다.


‘한 나그네가 광야를 거닐다가
코끼리를 만나 도망치고 있었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눈빛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마을은 아득하고
나무 위건
돌틈이건 안전한 곳은 없다.

숨을 곳을 찾아
사방으로 내달리다
겨우 발견한 곳이
바닥이 말라버린 우물이다.

저곳이면 그래도 괜찮겠지,

우물 곁
등나무 뿌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다가
그는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컴컴한 바닥에
시커먼 독룡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서야
먹잇감을 노리며
사방에서 혀를 널름거리는
네 마리의 독사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할까,

그는 하얗게 질려버렸다.

쫓아온 코끼리가
코를 높이 치켜들고 포효하고 있었다.

올라오기만 하면 밟아버릴 태세다.

믿을 것이라는
가느다란 등나무 뿌리 한 줄기뿐이다.

그러나 그 뿌리마저
흰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번갈아가며 갉아먹고 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얼굴 위로
무언가 떨어져 입으로 흘러들었다.

꿀이었다.
등나무 덩굴 위에
벌집이 있었던 것이다.

똑, 똑, 똑, 똑, 똑,
다섯 방울의
달콤함과 감미로움에 취해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릴 때마다
벌들이
쏟아져 나와 온몸을 쏘아대고,
두 마리 쥐가
쉬지 않고 뿌리를 갉아먹고,
사방에서 독사들이 쉭쉭거리고,
사나운 들불이 일어나 광
야를 태우는 데도
그는 눈을 꼭 감고
바람이 다시 불기만 기다렸다.

다섯 방울의 꿀맛만 기억하고,
그 맛을 다시 볼 순간만 기약한 채
그는 모든 고통과
두려움을 잊고 있었다.

나의 삶도
이 나그네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달이 서쪽으로 기울 무렵,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자비의 방으로
소리 없는 걸음을 옮겼다.

얇은 휘장 너머로
산통과 젖먹이 치다꺼리로 지친
야소다라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한 아이는
달콤한 꿈이라도 꾸는지
엄마 품에서
꼬물거리며 연신 방긋거렸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두 얼굴을
태자는 멀찍이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다
천천히 발길을 돌려
찬나의 방으로 향했다.

“일어나라, 찬나야.”

“태자님,
이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깐타까(Kanthaka)
에게 안장을 얹어라.
갈 곳이 있다.”

쥐죽은 듯 고요한
까삘라성의 문턱을 넘으며
태자는 다짐하였다.

‘늙고 병들어 죽어야만 하는
이 고통과 근심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최상의 진리를 얻기 전엔
결코 나를 키워주신
마하빠자빠띠와
아내 야소다라를 찾지 않으리라.’

태자는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길을 재촉하였다.

평생을 그림자처럼 따른
찬나는 떨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으로 고삐를 늦췄다.

그러나
속내를 모르는
깐타까의 걸음은 날래기만 하였다.

동쪽 하늘이 밝아올 무렵
태자는
아노마(Anoma)강가의
은빛 모래언덕에 다다랐다.

강 너머는
말라(Malla)의 땅이었다.

말에서 내린 태자는
깐타까의 새하얀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너희들이 할 일은 끝났다.
곁에서 시중드느라 수고 많았다.

찬나야,
깐타까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라.”

찬나는
나무둥지 같은 두 팔을 벌려
태자의 앞을 막아섰다.

“안 됩니다.
뜻을 거두고 왕궁으로 돌아가십시오.
부디 부왕과 왕비님,
태자비님과
새로 태어난 왕자님에게
슬픔을 안겨주지 마십시오.”

도도한 강물의 흐름 같은
태자의 결심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결연한 눈빛으로
찬나를 바라보던 태자가
천천히 칼을 꺼냈다.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던
태자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허공에 흩어졌다.

태자는
상투를 장식했던
화려한 구슬을
찬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부왕께 전해다오.
나라를 내놓고 새로운 길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 왕들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그러니
못난 짓이라
너무 나무라지만은 마시라고 전해다오.

젊고 건강하다지만
병들어 죽는 일엔
정해진 때가 없으니
마냥 안심하고 지낼 수만은 없었다고,

최상의 진리를 얻기 전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다오.”


태자는 몸에 지녔던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풀었다.

“이것은 왕비깨 드리고,
이것은 태자비께 드려라.
부디 슬픔에
오래 잠기지는 마시라고 전해다오.”

찬나는 태자의 발아래 허물어졌다.

거칠고 강인한
찬나의 두 눈에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뜻을 거두지 않으시겠다면
차라리 저를 데려가십시오.

맹수와 뱀이 득실거리고
포악한 도적들이 출몰하는 이곳에
태자님을 혼자 버려둘 수 없습니다.”

“찬나야,
인생이란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것,
어찌 영원한 동반자가 있겠느냐.

늙고 병들어 죽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너와 난들
어찌 영원히 함께할 수 있겠느냐,
나는 이제 새 길을 갈 것이다.”


찬나는 애원하였다.

“저 혼자 왕궁으로 돌아가면
왕께서 저를 벌하실 게 분명합니다.
저는 태자님을따라가겠습니다.”

평생을 태자 곁에서
시중들며 지낸 찬나였다.

태자는 흐느끼는
찬나의 등을 가만히 다독여주었다.

“만나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이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와도
이레 만에 죽음으로 이별해야 했는데
너와 헤어짐이 없을 수 있겠느냐.

더 이상
부질없는 연민으로 괴로워 말라.

깐타까와 함께 왕궁으로 돌아가
내 말을 전해다오.
너에게 하는 마지막 부탁이다.”


태자는 황금 신발을 벗었다.


완전한 진리를 찾아
영겁을 떠돈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보살은

피를 토하는
찬나의 울음 뒤로하고
낯선 풍경 속으로 걸어갔다.


스물아홉 되던 해인
기원전 595년
2월8일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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