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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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 Vieuxtemps - Violin Concerto No.5 in A Minor

가을햇살 ... 그 단상 아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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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고 간 자리
청명한 가을 햇살
그 따사로움에 취하여
놀이터 한켠 벤치에 앉았는데...

 

울타리 너머 은행나무 노오란 열매를 촘촘히 걸고 있다.
비바람속에서 한 계절 고생한 그넘의 결실이 마치 내것인양
흐뭇한 미소 짓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갖고 오시더니
은행을 털기 시작한다.

 

나이에 비해 세련된 옷차림,
두툼한 금귀걸이까지 걸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요근처 밀집되어 있는 원룸 건물의 주인쯤 되는듯하다.

 

십분여 은행 나뭇가지를 패대다 힘에 부친듯
"아이고 힘드네"라면서 언뜻 Sundial을 바라본다.

 

나무는 저렇게 털면 안되는데.라면서 나름대로의
효율적인 공정을 가늠하고 있던 Sundial.
"그노무 할마시,욕심을 버리면 힘들게 뭐가 있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할머니의 눈길을 정면으로 받고도 무시하고 만다.

 

잠시 실망스런 표정을 짓던 할머니
이내 대나무 장대를 고쳐 잡고선, 헐렁한 블라우스 사이로
스며 나온 늘어진 뱃가죽을 요동치면서 무슨 저 하늘에 원수라도 있는양 긴 삿대질을 해댄다.

 

키가 닿지 않자
벤치에 올라서 몇번 허공을 찔러 대다가
"아이고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네..."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Sundial을 바라본다.

 

Sundial'그럴거면 금귀걸이라도 빼고 나오던가'
냉소 지으며 좋은 구경이라도 하듯 즐감하고 있다.

할마시...
쬐끔이나마, 가난하게 보였더라면...
Sundial, 아마 저 벤치위 아니 그 등받이 위에 올라
아슬 아슬한 곡예를 펼치면서 할마시의 머슴이 되어
뭇할머니들의 눈요기 객체로 전락하였으리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원룸촌,
처음 이사올때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거의 주택가였다.

 

주택을 부셔버리고 원룸으로 만들어.
소위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아이들의 원룸촌으로 전락.
은행 이자를 월등히 능가하는 수입으로 자기집을 장만하고,
줄어들지 않는 수요, 그리고 지가 상승등으로 인하여.


5층 이상의 원룸형 빌딩들이 숲을 이루어
이층 규모의 단독 주택은 역사속의 문화재가 되어버린 논현동의 선수촌.
(이렇게 돈을 벌어 원룸형 건물을 이십채 이상 소유한 아줌마도 있슴)

 

그때 그 아줌마들은 어느덧 할머니가 되었고,
닭장같은 원룸을 지어 닭을 치듯 세입자들을 몰아 넣은후,
새벽마다 달걀 빼먹듯 적지 아니한 임대료 수입을 챙긴다.

 

조금의 이익이라도 더 얻기 위하여
저 벤치위에 올라 하늘을 향하여 늙은몸과 금귀걸이를 요동치는 할머니...
그리고 잠시의 사색을 그 순간만을 즐기기 위하여 벤치에 기대 앉은
경제적 이익과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Sundial의 삶...

 

가벼운 상념은 어느새 철학으로 변신,
과연 누구의 삶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란 생각에 잠겨보지만
아무리 생각하여도 Sundial은 이를 가름할만한 지혜가 없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혹은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사는 것이다. 기타 등등...을 설하지 말라.


있어도 더먹으려 애쓰는 배고픈 돼지와
배를 불리기 위하여
요설을 일삼는 배부른 소크라테스들만 존재하는 이땅에 있어
헌금받지 아니하는 교회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밀린 임대료를 받기 위하여
방문앞에서 잠복하고 있는 원룸 건물주 석가모니,
골고다 언덕 한켠 상추 모종을 심고 있는 농장주 예수,
아테네 시가의 사과나무를 털기 위하여 긴 장대를 휘두르고 있는
키큰 소크라테스를 상상하며, 한참을 미소지어 본다.

 

그리고 그를 떠올린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 주겠다는 알렉산더에게,
햇살을 가리우니 비켜 달라고 말했던, 평생을 나무통속에서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이 가을날의 오후.
그대와 나의 심장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저 할머니의 힘든 행복
그 크기만큼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리라.

답글 2조회수 1405

  • Sundial

    Mischa Maisky Plays Schubert - Lieder (무언가) : An Die Musik D.547 (음악에 부쳐) 2021.09.13 23:17

  • 가로수

    가을풍경속 무료한 일상이 느껴지는 공감가는 글이네요
    2021.11.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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