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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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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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전법의 길

3) 야사의 귀의



“아, 싫다.
괴롭다.
정말 비참하구나.”

이른 새벽,
어둠이 가시지 않은
녹야원에
낯선 절규가 메아리쳤다.

한 젊은이가
술이 깨지 않은 채
헝클어진 머리로
옷깃을 풀어헤치고
숲 속을 휘젓고 있었다.

황금 신발을 신고
비단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였다.

이슬이 마르지 않은 숲길을 따라
조용히 거닐던 부처님이
멀리서
젊은이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젊은이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부처님이 나직하게 부르셨다.

“젊은이,
이곳에는 괴로움이 없다네.
비참함도 없다네.”

인기척에 놀란 그는
사슴처럼 달아날 기세였다.

부처님의 목소리는
아침 공기처럼 상큼했다.

“놀라지 말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여기 앉게.”

젊은이가 다가왔다.
그의 눈길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저는 야사(Yasa)라고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싫고 비참한가?”

젊은이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이윽고
젊은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아무리 되뇌어보아도
제 삶은 너무나 비참합니다.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얘기해 줄 수 있겠는가?”

젊은이가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은 절 부러워할 겁니다.
여름과 겨울
그리고 장마철에 지내는 세 채의 집,
아름다운 아내와 시녀들,
부자 아버지를 둔 덕이지요.

제가 하는 일이라곤
기녀들과 뒤엉켜 춤과 노래를 즐기고,
친구들과 취기 속에서
우정을 나누는 일뿐입니다.

한때,
그걸 행복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쾌락의 기쁨에 젖어
밤을 낮처럼 밝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참 쉽게 사라지는 기쁨이더군요.

취기가 가신 아침이면
영락없이 허전함이 찾아오지요.

빈 가슴을 채우려 다시 술을 마시고,
기녀들과 어울리고, 또 술을 미시고,

어젯밤도 친구들과 어울려
집에서 연회를 벌였습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목이 타는 갈증에
눈을 뜬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술잔과 음식이 뒤엉켜 있고
여인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더군요.

어떤 이는 북을 껴안는 채,
어떤 이는 악기를 내던진 채,
어떤 이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들어 있더군요.

밝은 낮엔
단정하고 조심스럽던 그녀들이
어깨와 허벅지를 가리지도 않고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들뜨게 하던
그녀들의 윤택한 피부는
고운 화장이 지워진 채
추하고 창백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와 웃음으로
저를 매혹시키던 두 입술은
더 이상 붉지도
달콤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피로와 숙취에 절어
허옇게 백태가 낀 입가에선
썩은 냄새가 풍기더군요,

버려진 시체처럼
흉측하고 혐오스럽더군요.

그곳은 무덤이었습니다.

이런 생활을 즐기고,
또 즐겼던 저 자신이
역겨워 견딜 수 없습니다.”


“젊은이,
그대가 살고 있는 삶은
끝없는 허전함과 고통을 안겨주고
결국 파멸로 이끌 것이네.

지금 이대로라면
그대에게 행복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네.

그대가 서 있는 곳은 위험하고 불안해.

젊은이,
내가 있는 자리로 오게.
이곳은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네.”


눈을 동그랗게 뜬 야사가
황금 신발을 벗고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성자시여,
평온하고 안전한 곳은 어디입니까?”

부처님은 야사를 위해
차근차근 가르침을 설해 주셨다.

선한 마음으로
보시를 베푼 공덕에 대해,

올바른
계율을 지키는 삶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대해,

욕심에 따른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큰 재앙을 가져오는지,

욕심을 버린 생활이
얼마나 평온한지,

그 행위와 결과의
엄정한 인과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야사의 얼굴에서 취기가 가시고
기쁨의 화색이 도는 것을 보고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부처님의 말씀은 끝없이 이어졌다.

총명한 야사는
깨끗한 천이 곱게 물들듯
법을 받아들였다.

진리를 보는
그의 눈이 맑고 깨끗해졌다.

환희에 넘친 야사는
시간이 흐는 것마저 잊었다.

그 무렵 사라진 아들을 찾아
야사의 아버지가
사방을 헤매고 있었다.

숲까지 다다른 아버지는
달아나는 사슴들의 뜀박질 사이에서
아들의 황금빛 비단옷을 발견하였다.

온갖 상상 속에서
불안해하던 아버지는
부처님과
마주앉은 아들의 모습에 안도했다.

야사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야사의 아버지는
기쁨과 노여움이 뒤엉켜
고함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너무도 평화롭고
성스러운 모습에
감히 대화를 방해할 수 없었다.

조용히 다가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자신도 곁에서 법문을 들었다.

부처님은
야사의 아버지에게도
갖가지 법을 설해주셨다.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야사의 아버지는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였다.

“기쁜 일입니다. 부처님,
마치 넘어진 이를 일으켜 세워주듯,
가려진 것을 벗겨주듯.
길 잃은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주듯,
눈 있는 사람은 보라며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쳐주듯,

부처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법에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승가(僧伽)에 귀의합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받아주신다면
오늘부터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우바새(優婆塞)가 되겠습니다.”

오계(五戒)를 지킬 것을
당부하시는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야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끌었다.

“야사야,
너무 늦었다. 이제 돌아가자.”

야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부처님이
아버지에게 설법하는 동안
이미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해탈했던 것이다.

“아버지,
저는 평화롭고
안온한 삶을 살겠습니다.

저의 행복은
아버지의 희망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출가하겠습니다.”

“야사야,
너의 어머니는
슬픔과 절망에 빠져 널 기다리고 있다.
제발 너의 어머니를 절망에서 구해다오.”

눈물로 매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부처님께서 야사에게 말씀하셨다.

“집에 돌아가
화려한 장신구와
비단옷을 입고 산다고
곧 타락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비단옷을 입고 집에서 살더라도
모든 욕망의 근원을 잘 다스려
오욕에서 떠난다면
그걸 진정한 출가라 할 수 있다.

설사 깊은 산속에서 지내며
누더기를 걸치고 걸식한다 해도
마음이
오욕에 얽혀 있다면
그건 출가라 할 수 없다.

선과 악은 모두
마음속 생각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진정한 출가는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다.”

진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야사의 의지는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야사는 부처님께
출가를 허락해 주실 것을 간청하였다.

결국 야사는
계를 받고 출가 사문의 길로 들어서
여섯 번째 비구가 되었다.

야사의 아버지는 우바새로서
부처님과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다음 날,
눈물로 아들을 맞이한 야사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기쁨에 넘쳐 삼보에 귀의하였다.

그녀는 오계를 받은
최초의 우바이(優婆夷)가 되었다.

파르스름하게 깎은
남편의 머리를
기둥 뒤에서 숨어보며
한숨짓던 야사의 아내도
기쁜 마음으로 예배하고 귀의하였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법에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승가에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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