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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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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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

9) 죽은 아들과 겨자씨



눈물로 얼룩진 한 여인이
사왓티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녀는
강보에 싸인 아이를 내보이며
사람들에게 애원하였다.

“제 아이 좀 살려주셔요.”

다가섰던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혀를 찼다.

“이보게 새댁,
아이는 이미 죽었다오.”

“아니에요, 살릴 수 있어요.”

바싹 야윈 가여운 여인,
그녀는 끼사고따미(Kisagotiami)였다.
가난한 친정집 탓으로
시집오는 날부터 그녀는 천대받았다.

두 눈을 치켜뜨고
고함을 치는 시어머니,
하인을 부리듯 하는 시누이들 틈에서
끼사고따미는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삼켰다.

그런데
모질게 대하던 시집식구들이
아들을 낳자 태도가 바뀌었다.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받아든 시어머니는
연신 벙긋거리면 딸들에게 소리쳤다.

“언니 몸도 무거운데,
너희는 뭐하냐.
어서, 물 길어오고
저녁도 너희가 차려라.”

살갑게 대해주기는
시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작은 손짓에도
까르륵거리며
서로 보듬으려고 다투기 일쑤였다.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끼사고따미는 행복했다.

이것이 행복이란 거구나 하며
쌓인 설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피어나는 연꽃봉우리처럼
토실토실한 아이의 얼굴은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불덩이처럼 열이오르고
붉은 반점이
온몸에 돋은 아이는
젖을 물려도 빨지 않고 울기만 했다.

백방으로 약을 구하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지만
아이는 속절없이 보채기만 했다.

긴긴 밤을
아이와 함께 울며 지새던 어느 날,
아이의 울음소리마저 끊어졌다.

남편은
안쓰러운 눈길로 다가와 말했다.

“여보, 이제 그만해요.
아이는 이미 죽었어요.”

“아니에요, 살릴 수 있어요.
아니, 반드시 살릴 거예요.”

남편이 품 안의 아이를 빼앗자
끼사고따미는 소리쳤다.

“안됩니다.
내 아이 돌려주셔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그 아이를
장작더미 위에 던지려고요?
안됩니다.
아이를 살릴 수 있어요.”

끼사고따미는 남편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 거리로 내달렸다.

“제 아이 좀 살려주셔요.”

그러나 아이를 살릴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혀를 차며 돌아설뿐이었다.

“죽은 아이 때문에 미쳤나 봐…….”

해가 기울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신발도 신지 않은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멀찍이 돌아갔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

“새댁, 아이를 한번 봅시다.”

나무토막처럼 굳은 아이의 몸에는
이미 여기저기
시퍼런 멍울이 맺혀 있었다.

“할머니, 도와주셔요.
제 아이를 살릴 약 좀 주셔요.”

할머니는
여인의 어깨를 한참이나 다독였다.

“에이 딱하지,
아이를 살릴 약이 나에게는 없다오.

하지만
그 약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내 가르쳐주리다.”

“어디에서
그 약을 구할 수 있습니까?”

“이 큰길을 따라
곧장 서쪽으로 가면
길 끝에 기원정사라는 곳이 있다오.

그곳에 계신 부처님은
모든 고통을 치료해주고
죽지 않는 약을 나눠주는 분이라오.
새댁, 그곳으로 찾아가구려.”

끼사고따미는 기원정사로 달려갔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사 자락을 붙들고 울부 짖었다.

“부처님,
제발 제 아이를 살려주셔요,
아이를 살릴 약 좀 주셔요.”

말없이 끼사고따미를
바라보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습니다. 여인이여,

사람이 한 번도
죽어나간 적이 없는 집을 찾아
그 집에서
겨자씨 한 줌을 얻어 오십시오.

그러면
당신 말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사왓티 거리로 달려간 여인은
거리의
첫 번째 집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불쌍한 저를 위해
겨자씨 한 줌만 보시하십시오.”

행색이 안쓰러웠는지
주인은 겨자씨를
두 줌이나 치마폭에 담아 주었다.

돌아서는 주인을
고따미가 불러 세웠다.

“저기요,
그런데 이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간 적은 없겠지요.”

“이 사람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이 어디 있겠나.
우리 집만 해도
초상 치른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움켜쥔 치마폭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쏟아진 겨자씨를 그대로 두고
두 번째 집,
세 번째 집, 네 번째 집을 찾아가
달이 높이 뜨도록
여러 대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은 없었다.

대문을 두드리는
끼사고따미의 손아귀에도 힘이 빠졌다.

“누구세요?”

세상 걱정 없어 보이는
편안한 얼굴의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아주머니,
부탁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제가 꼭 필요해서 그러는데
혹시 이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간 적이 없다면
저에게
겨자씨 한 줌만 주실 수 있겠어요?”

도리어 그녀가 물었다.

“강보에 안고 있는 건 뭡니까?”

“제 아이랍니다.
제때 약을 먹지 못해
죽고 말았지 뭡니까.

기원정사 부처님께서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
겨자씨를 구해오면 살려주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다니는 중입니다.”

여인은 천천히 다가와
끼사고따미를 안았다.

그녀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얼마 전
쌍둥이를 잃었답니다.
핏덩이를 보내며
당신처럼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답니다.

새댁, 이 세상에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은 없답니다.
어느집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답니다.”

두 여인은
서로의 품에 기대 소리 없이 울었다.

고요한 사왓티의 달빛을 밟고
끼사고따미는 기원정사로 돌아왔다.

품 안의 아이를 가만히 내려놓고
부처님의 발아래에서 또 한참을 울었다.

그녀의 울음이 잦아들 무렵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덧없이 흐르고 변한다는 것
한 집안, 한 마을,
한 나라만의 일 아니네

목숨 가진 중생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반드시 꼭 겪어야만 하는 일


가련한 여인 끼사고따미는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머잖아 그녀는
많은 대중 앞에서 당당히 말하였다.

“성스러운 팔정도를 닦고
불사에 이르는 길을 걸은 저는
평안을 얻고 진리의 거울을 보았습니다.

번뇌의 화살을 꺾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저는 이미 할 일을 마쳤습니다.”

해진 누더기 한 벌로 평생을 지낸
끼사고따미를 두고
부처님은 칭찬하셨다.

“나의 비구니 제자 가운데
남루한 옷을 입고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로
제일인 사람은 끼사고따미이다.”

비구니들 가운데는
슬픈 과거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또 그들 가운데
고뇌의 강을 건너
성자로 존경받은 비구니들 또한 많았다.

빠따짜라(Patacara)
역시 모진 고통을 겪은 여인이었다.

하인과 사랑에 빠져 집을 뛰쳐나갔던
그녀는 가난을 견디지 못해
남편과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 사왓티로 돌아오던 길에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었다.

게다가 돌아온 고향집마저
일가친척 하나 없이 흩어진 뒤였다.

슬픔을 견디지 못해
미쳐서 알몸으로 거리를 떠돌던 그녀는
기원정사에서
부처님을 뵙고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출가하여 비구니가 된 빠따짜라는
설법을 잘하는 비구니로 존경받았고,
두타행을
잘 실천하는 비구니로 존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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