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음악No.2

http://chqkftla.saycast.com 주소복사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

제 9 장. 평화와 평등의 가르침

3) 사리쁫따의 사자후



안거 해제일,
사왓티에서 우기를 보낸 비구들이
가사와 발우를 손질하고
유행(遊行)할 준비를 끝낸 다음
하나 둘 동원정사롤 모여들었다.

해가 기울고 서늘한
저녁 바람이 불어올 무렵
정사 안 큰 강당은
사왓티의 비구들로 빼곡히 찼다.

어둠이 짙어지고
동쪽 하늘로 보름달이 떠오르자
비구들 가운데서
한 분이 일어나 말문을 열었다.

“비구들이여,
제가 여러분께 청합니다.
지난 삼 개월 동안 함께 지내며
저의 말과 행동 가운데
여법(如法)하지 못하고
지탄받을 만한 점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런 행동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한 적이 있는 분은 말씀해주십시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를 가엾이 여겨
부디 지적해주십시오.”

바람을 타고 강당으로 스며드는
벌레의 울음소리도 정적을 깨지 못했다.

“비구들이여,
제가 여러분께 청합니다.
지난 삼 개월 동안
제가 여법하지 못하고
지탄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거나 듣거나
의심한 적이 있는 분은 말씀해주십시오.”

그분은 바로 부처님이셨다.

달빛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 번이나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제가 여러분께 청합니다.
저에게 여법하지 못하고
지탄받을 만한점이 있었다면
부디 지적해주십시오.”

가볍게 고개를 숙인 비구들 사이에서
사리쁫따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합장하였다.

“세존이시여,
당신의 말씀과 행동 가운데
적당하지 못한 점을
제자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세존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훌륭한 법입니다.

열반에 이르는 법을
그처럼 능숙하게
설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존의 한걸음 한 걸음은
열반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저희는 그 길을 따라
수행의 과위를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과 같이
수많은 비구들이 차례차례
자신에게 있었던 허물을 대중에게 물었다.

밤은 깊어갔다.
동쪽 하늘이 밝아올 무렵,
자자(自恣)를 마친 비구들이
새롭게 마련한 가사와 발우를 챙겨들었다.

가장 먼저 사리쁫따가
부처님께 작별 인사를 드렸다.

“세존이시여,
사왓티에서 안거를 마친 저는
이제 세상으로 유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사리쁫따,
그대가 가려는 곳으로 가거라.

제도되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
제도하고,
해탈을 얻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
해탈을 얻게 하고,
열반을 얻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
열반을 얻게 하라.

사리쁫따,
그대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차례를 어기지 않는 그들은
부처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늘 그랬듯 조용히 떠나갔다.

사리쁫따와 그의 제자들이 떠난 후,
사왓티에서 안거한
다른 비구들이
차례차례 인사를 드릴 때였다.

안거 동안
불편함이 없었는지를 묻는
부처님의 작별 인사에
상기된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날을 세웠다.

“이번 안거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사리쁫따는 참 교만합니다.
자기 말에
고분고분한 사람은 부드럽게 대하고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업신여깁니다.

자기가 무슨 제일 제자라고
사사건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간섭이 끝이 없었습니다.

오늘만 해도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 정겹게 인사를 나누더니
저를 보자 어깨를 치고 지나가더군요.

그리곤
한마디 사과도 없이 떠나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마하목갈라나와 아난다를 부르셨다.

“마하목갈라나,
지금 당장 사리쁫따를 돌아오게 하라.
아난다,
너는 사왓티에서 안거한 비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모이게 하라.”

아난다는
사왓티의 정사를 돌며 외쳤다.

“비구들께서는 들으십시오.
부처님께서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동원정사로 모이라 하셨습니다.

비구들께서는
지금 곧장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동원정사로 모여주십시오.”

몸과 입과 마음의 움직임에
한순간도
주의력을 놓치지 않는 사리쁫따였다.

이를 너무도 잘 아는 아난다는
큰 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
사리쁫따께서 사자후를 하실 겁니다.
비구들께선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승가 대중이 하나 둘 몰려들자
사리쁫따를
비난한 비구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높이 떴던 해가 기울자
동원정사 강당은 비구들로 들어찼다.

어둠이 내리고 길을 떠났던
사리쁫따가 돌아왔다.

“등불을 밝혀라.”

대중 앞에 공손히 합장하고 선
사리쁫따에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떠난 뒤 얼마 후
저 비구가 나에게 찾아와 말했다.

사리쁫따는 교만하고,
제일 제자임을 자부해
사람을 업신여기며,
사사건건 간섭했다고 하더구나.

또 오늘 유행을 떠나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과는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저 비구는
어깨를 치며 지나쳤다고 하더구나.

그런데도
한마디 사과도 없이
떠났다고 하더구나.
사리쁫따,
저 비구의 말이 사실인가?”

사리쁫따가
고개를 돌려 비구를 바라보았다.

낯은 익지만
이름을 모르는 비구였다.
부딪힌 일이 있다면
가사 자락이 스칠 만큼
아주 가벼웠을 터였다.

사리쁫따는 무릎을 꿇었다.

“세존께서는 저를 아십니다.”

부처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사리쁫따,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그대는 많은 이들의
스승이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대가
대중의 의심을 산다는 건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잠시 후,
사리쁫따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강당을 울렸다.

“세존이시여,
늘 자신을 살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동료 수행자에게 모욕을 주고
유행을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스스로를 살피며
주의력을 잃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청정한 수행자를 업신여기고,
그런 행위를 저지르고도 기억하지 못하며,
그런 행위를 저지르고도
참회하지 않은 채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땅에는 깨끗한 것도 버리고
깨끗하지 못한 것도 버립니다.

똥. 오줌.침. 가래. 피. 고름도 버립니다.

그런 것을 버려도
땅은 싫어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두 손이 잘린 비천한 전다라(?陀羅)는
모든 이들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넝마를 걸치고
깨어진 발우를 든 전다라는
먹다 남은 음식을
주는 이들에게도 고개를 숙입니다.

감히 머리를 들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수모를 견딜 줄 아는 전다라는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돌며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두 뿔이 잘린 황소는
네거리 한가운데서도
사람을 들이받지 않습니다.

뿔이 잘리고 잘 길들어진 황소는
참을성이 많아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노닐어도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은 대지와 같고,
걸레와 같고, 전다라와 같고,
뿔이 잘린 황소와 같아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습니다.

이렇게 당신으로 인해
눈뜬 진리 안에서
선(善)을 쌓으며
자유롭게 노닐 뿐입니다.”

고개를 숙인 그의 온화한 몸짓은
코끼리보다 웅장하고,
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사자의 포효보다 우렁찼다.

깊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여,
이제 그대가 말해보라.
추호라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사리쁫따를 비난한 비구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부처님의 발아래 엎드렸다.

“세존이시여, 잘못했습니다.
제가 청정한 수행자를
모함하고 비방했습니다.”

부처님은
거듭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사리쁫따에게 참회해야 한다.”

비구는
사리쁫따의 두 발에
눈물로 참회하였다.

“존자여, 용서하십시오.
미치광이처럼 안정되지 못한
제가 질투와 교만이 앞서
청정한 당신을 모함하고 비방했습니다.”

사리쁫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눈물짓는 비구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하였다.

“비구의 허물을
제가 용서하겠습니다.
저에게 허물이 있었다면
비구께서도 용서하십시오.”

부처님 교단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까닭은
보름달 주위를
수놓은 밤하늘의 별처럼
제자들이
당신 못지않게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별은 사리쁫따였다.

먼 훗날
당신보다 먼저 입적한
제자의 유골을 받아들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는 지혜롭고
총명했으며 재주도 많았다.

그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았으며 늘 용감하였다.

비구들이여,
사리쁫따를 잃은 여래는
가지가 부러진 고목과 같구나.”

답글 0조회수 24

이전글 다음글

목록